성공 비결은 창조를 통한 무한도전
연매출 1,300억원, 글로벌 매출 4위
작지만 알찬, 젊지만 노련한 서부석 대표는 빠르게 타깃을 향하는 탄환같다. 확신에 대한 논리와 플랜이 세워지면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CEO 취임 7년 동안 매년 30~40%가 넘는 신장률로 쌤소나이트코리아를 글로벌 매출 4위로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서부석 대표의 스피드 경영이 한 몫을 했다. 여행가방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쌤소나이트’를 업그레이드한 주역, 서부석 대표의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
사회생활 11년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서부석 대표는 지난 2005년 쌤소나이트코리아의 대표로 취임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1년만이었다. 당시 나이 서른일곱, 이전 직장인 프라다코리아에서의 직함은 부장이었다. 본인 조차도 쌤소나이트 본사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캐스팅을 단행할 것이라고는 예상못했다.
당시 블랙 라벨을 통해 트레이딩-업을 원했던 본사 측에서 원했던 인물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이었다. 서 대표가 그 적임자로 낙점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한 우물만 파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다방면에 경험이 많은 제너럴리스트였기 때문.
서 대표는 지난 1993년 샤넬코리아에 입사해 회계와 기획, 세일즈마케팅 업무 경력을 쌓았다. 2년 뒤 자리를 옮긴 코사리베르만에서는 MD, 영업,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후 ‘프라다’로 옮겨 세일즈와 면세 사업까지 담당했다.
그는 “낮에는 백화점에 나가서 영업을 하고 상품기획에 참여했으며 오후에는 홍콩, 스위스 등 해외 지사와의 교류, 늦은 저녁에는 물류창고에서 직원들과 함께 택(tag) 다는 작업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불만이 될 수도 있는 업무였지만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쌤소나이트 CEO로 발탁된 당시 37살의 젊은 경영자가 자신보다 10살 가량 나이가 많은 임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전에 ‘쌤소나이트’의 국내 전개를 맡았던 크로바상사는 전통적인 한국의 위계질서가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 서 대표는 외국계 법인 특유의 자유로운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서열을 구분짓는 수직적인 조직 구도 대신 각 팀별로 자연스러운 업무 분위기 조성과 존중과 배려, 팀웍을 가질 수 있도록 원형 구도의 조직 체계를 수립했다. 소통과 서비스 마인드를 앞세운 서비스 리더십이 해답이었다.
7년만에 1,000억원으로 볼륨 확대
서부석 대표 취임 당시 연매출 300억원 남짓했던 쌤소나이트코리아는 7년만에 1,000억원에 가깝게 볼륨을 키웠고 올해 1,3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서 대표는 ‘쌤소나이트’의 성장 비결로 틀에 박히지 않은 도전정신을 꼽는다. 처음 서부석 대표가 쌤소나이트코리아에 왔을 때 ‘쌤소나이트’는 튼튼한 여행구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드하고 진부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블랙라벨’의 런칭과 함께 포트폴리오에 따른 전략 재정비가 필요했다.
이에 서 대표는 ‘쌤소나이트 블랙라벨’, ‘쌤소나이트’, ‘아메리칸투어리스트’ 3개 브랜드의 타깃에 따라 상품, 유통 전략을 세분화했다. ‘쌤소나이트 블랙라벨’은 백화점과 청담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프리미엄 고객을 공략하고 ‘쌤소나이트’는 백화점, 면세점, 가두점 채널을 통해 매스 브랜드로 키웠다. ‘아메리칸투어리스터’는 중저가 시장을 겨냥, 대형마트와 홈쇼핑 채널에서 전개했다.
특히 신 시장 개척을 위해 홈쇼핑 채널을 노크했다. 해외출장 중에 월마트에서 본 여행구 세트에서 영감을 받은 서 대표는 우연히 TV 홈쇼핑 채널에서 화장품 세트를 파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홈쇼핑 채널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2007년 ‘아메리칸투어리스터’ 본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16만9,000원의 원단 소재 여행구 세트 제품을 제작, 홈쇼핑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일으켰고 이후 쌤소나이트코리아는 홈쇼핑 채널에서만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 19만9,000원에 판매한 하드케이스의 경우 1시간에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서 대표가 이룬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소싱 부문의 개선이다. 그는 SPA 브랜드에서 소싱 해답을 찾아 생산처를 국내와 중국으로 옮겨 빠른 리오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마켓 테스트, 빠른 리오더, 홍보와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3단계 판매 시스템을 가동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선보인 ‘피노(pino)’ 백팩은 이러한 스피드 소싱을 통해 한달에 1,000여개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유준상 백팩’으로 알려지면서 200~300개가 팔렸던 제품이 700개 이상 판매되고 현재까지 지속적인 리오더를 통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글로벌 변화 주도
여행구 브랜드의 고질적인 한계 중 하나는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국제정세, 경기의 움직임에 따라 여행객수가 줄어들면 브랜드 매출 또한 고스란히 타격을 받는다.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 브랜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필요가 있었다.
“‘쌤소나이트’의 브랜드 모토가 ‘Life is Journey’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삶 그 자체가 여정이듯 우리의 일상 속에 ‘쌤소나이트’를 녹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행구와 데일리 제품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는 5:5 전략을 세웠고 서류가방, 백팩 등의 상품개발에 주력했다”
이는 서 대표가 처음 취임하면서부터 진행해왔던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 제고와도 궤를 같이한다. 이에 지난 2009년 9월 서 대표는 글로벌 세일즈 미팅 자리에서 ‘쌤소나이트 레드’의 런칭에 대한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 불과 5개월 만에 본사 승인과 제품 생산 과정을 거쳐 2010년 봄, 영 제너레이션을 타깃으로 하는 ‘쌤소나이트 레드’를 선보였다.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확신에 따른 플랜의 수립, 스피디한 실행이 뒷받침되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가능하다. ‘쌤소나이트 레드’의 선전으로 최근의 불황에도 쌤소나이트코리아의 매출은 지난 8월까지 전년 대비 30% 신장했다.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유통채널, 상품의 다각화를 통해 신 시장을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쌤소나이트 레드’의 한국 시장 반응에 중국, 중동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쌤소나이트 레드’를 런칭했다. 서부석 대표는 올해 ‘쌤소나이트 레드’의 단독 매장을 12개, 내년 20개점까지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쌤소나이트의 브랜드 구성은 ‘쌤소나이트’가 45%, ‘아메리칸투어리스터’가 45%, ‘쌤소나이트 레드’가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삶이 여정’이라는 브랜드 모토에 맞게 ‘쌤소나이트 레드’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30%선의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여성가방의 상품 개발은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브랜드 이미지 탓인지 ‘쌤소나이트’의 여행구 소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쌤소나이트 레드’의 여성백에는 유독 냉담한 것. 이에 패브릭보다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가죽 소재의 비중을 높이고 가격은 20~30만원대로 책정,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향후 가방군에 대한 여성층의 소비를 25~30%대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환원에 앞장
지난해 12월 ‘쌤소나이트’는 배병오 작가의 소나무 사진을 프린트한 하드캐리어를 출시, 1,200개 한정수량을 전량 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외부적으로는 여행캐리어와 예술을 조화롭게 결합한 제품으로 이슈를 모았지만 이 만남이 서 대표 개인에게는 환경적인 이슈를 던져준 일종의 계기가 됐다.
“콜래보레이션을 위해 지난해 5월 파주 헤이리에서 배병오 선생을 만났다. 창밖으로 뿌옇게 들어오는 황사를 보며 나눈 대화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 바로 난지도 매립지를 찾았다. 겉으론 너무나 깨끗한 녹지대인데 삽으로 땅을 파보면 어느새 그 아래 감춰진 쓰레기가 나온다. 이후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직원들과 함께 난지도를 찾아 나무를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이 외에도 이광희 디자이너의 사단법인 희망고(희망의 망고나무)를 통해 수단 톤즈에 ‘희망 빌리지’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시작은 작은 망고나무 하나였던 것이 덜컥 재단이사직까지 맡게 됐다. 서 대표는 이광희 디자이너와 함께 이 마을 여성들이 자생력을 갖기 위한 봉제교육 훈련원, 학교를 포함하는 희망 빌리지를 짓는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좋은 일은 조용히 하자는 주의였는데 난지도와 톤즈에 나무를 심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또 다른 기능 중 하나가 바로 고객들에게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profile
1994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4년 샤넬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담당
1996년 코사리베르만코리아 ‘발리’ 세일즈매니저
1999년 프라다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매니저
2005년~現 쌤소나이트코리아 대표이사